[제주의 소리] 관광하려면 '1일 최소 29만원 소비' 약속받는 나라 기사를 twitter로 보내기 기사를 facebook으로 보내기 2017.02.02

관광하려면 '1일 최소 29만원 소비' 약속받는 나라

문준영 기자 moonsoyo@jejusori.net  2016년 12월 03일 토요일 07:00   0면

베일속 부탄, 한 꺼풀 벗겨보니...‘국민행복’이 정치적 구호 아닌 실제 정책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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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탄의 수도 팀푸시의 남게이 쉐링(Namgay Tshering) 부시장. ⓒ 제주의소리

국민소득은 높지 않지만 양극화 현상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나라. 지속가능한 사회경제 발전의 대표 표본처럼 여겨지는 곳. 세계 행복지수 1위로 자주 거론되는 국가. GDP는 세계 162위지만 국민들의 삶의 만족도는 높은 나라. 바로 부탄에 대한 얘기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바라본 부탄은 단순히 ‘가난하지만 마음만 부자인 나라’가 아니었다. 오히려 국민 삶의 질 향상의 위한 분명한 지표 설정과 체계적인 정책 수립, 청렴한 지도자의 리더십이 바탕에 있었다. 


제주도, 제주도의회 의원연구모임 지속가능발전연구회(대표 박원철) UNITAR(유엔훈련연구기구) 제주국제연수센터(소장 신현석),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소장 강명구)가 공동 주관하는 전문가 세미나를 위해 2일 제주를 찾은 부탄의 수도 팀푸시의 남게이 쉐링(Namgay Tshering) 부시장.


이날 발표를 마친 그와 나눈 대화는 부탄이라는 국가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순박하고 물질적으로는 가난하지만 내면은 풍족한 국가’와 같은 이미지는 오히려 편견에 가까웠다.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논의가 탄탄했고, ‘국민행복’이 정치적 구호가 아닌 구체적 정책을 위한 기본 전제로 다루고 있었다. 1972년 세계 최초로 국민행복지수(GNH)를 도입하고, 이를 가장 핵심 지표로 채택했다. 국민행복을 위한 별도의 부서가 신설됐고, 기본적인 삶의 조건들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부탄의 교육과 의료가 무료인 이유도 이 결과물이다. 관광분야에서도 사실상 ‘입도세’를 적용해 관광객 수를 조절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등 제주에게 주는 시사점도 뚜렷했다. 그는 제주의 전기차와 올레길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는데,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는 소규모 국가가 저탄소 정책에 깊은 흥미를 보이는 것도,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자연을 지키는 지속가능한 관광에 대한 믿음을 강조한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그들이 이해하는 ‘발전’과 대한민국 사회가 인식하는 ‘발전’은 상당히 달랐다. 남게이 쉐링 부시장은 외형적인 성장에 비해 구성원들의 행복감이 떨어지는 한국사회를 두고 모든 것은 ‘사람들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전문.


- 이번이 두 번째 제주 방문이라고 들었다. 제주에 오게 된 계기와 이 섬에 대한 인상이 궁금하다.

지난 5월 UNITAR(유엔훈련연구기구) 제주국제연수센터가 진행하는 워크숍에 참석했다. 그때 제주와 부탄이 저탄소 정책을 적극 추진한다는 것을 알고는 공통점이 있다는 걸 발견했고 관심을 갖게 됐다. 제주는 자연이 잘 보존돼 있어서 정말 인상깊었다. 물론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미래에는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제주의 계획을 들으면 미래에도 자연이 잘 지켜질 것 같다.


- 제주 올레길에도 관심이 있다고 들었다. 올레길을 부탄에 도입하려는 구상도 있다고 들었다.

자연 속을 걷고 이를 통해 지역을 개발(그가 말하는 개발-development-은 한국사회가 인식하는 개발과는 다소 다른 개념이다)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 이걸 도입하려고 했다. 제주올레는 우리가 갖고 있는 국민행복지수(GNH)에 대한 철학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자연을 그대로 두면서 지역사회와도 연결시킬 수 있는 아주 좋은 사례로 보인다.


- 관광이 주 산업인 제주도 입장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부탄의 관광정책이다. 부탄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하여금 1인당 1일 최소 250달러(약 29만원)를 쓰도록 강제한다고 들었다.

우리는 모든 관광객을 받지 않고 우리 문화를 존중할 수 있는 ‘좋은’ 관광객을 원한다. 이 때문에 1일 250달러라는 정책을 만들었고, 이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올 만한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우리 문화를 존중할 거라고 생각했다. 또 이것은 관광객 숫자를 조정하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250달러에는 숙박, 교통비용도 다 포함돼 있다. 물론 더 좋은 서비스를 받고 싶다면 추가 비용을 낼 수 있다. 국가적으로 관리가 잘 되고 있다.


- 제주는 1년에 1500만명이 찾아오는 관광지지만 구조적 문제도 존재한다. 쏟아지는 관광객의 수혜는 면세점이나 대형마트, 대형여행사가 누리고 정작 보통 도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시선이다. 조언을 해준다면?

큰 기업들과 지역주민들간의 소통을 통한 상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큰 호텔이라도 여기에 머물면 특정 소형 상점이나 지역주민들의 음식점을 이용하도록 하는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 그런 협력관계가 형성돼야만 같이 발전할 수 있다.


- 부탄을 통해 비춰본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외형적 성장에 비해 정작 내면은 행복하지 않다는 점이다. 자살율은 전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출산율은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다. 삶의 질, 삶의 조건에 대한 만족도도 낮다. 당신은 ‘행복지수 1위’로 불리는 부탄에서 왔다. 한국을 위해 충고를 해준다면?

1972년 4대 국왕(지그메 싱기에 왕추크)가 오늘날 부탄의 주요 정책들을 시작했다. 이걸 하기까지 40년이 걸린 거다. 국민행복지수(GNH)라는 걸 도입해서 40년이 걸렸는데, 그 과정에서 사람들을 연구했다.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걸 개달았고, 교육 의료 등 최소 조건이 충족이 되면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교육과 의료를 무상 제공하고 있다. 평등도 중요하다. 부탄에서는 공공기관 출입이나 공공행사에서는 반드시 전통 의복을 입어야 한다. 물론 아주 저렴하다. 비싼 브랜드의 옷이 허용된다면 그걸 못 입는 사람들이 분명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 문화도 보존하고 사람들에게 형평성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행복지수(GNH)만 따로 담당하는 부서가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집집마다의 요구를 확인하고, 이를 국가정책에 반영한다. 정작 자세히 얘기를 들어보면 ‘높은 빌딩을 지어달라’는 식은 없고 최소조건에 관련된 것들이다. 여기에서도 우리가 ‘그런 것’들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 그렇다면 지금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한 움직임은 어디서 시작돼야 하나?

사람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들의 모든 정책에 그 이해를 포함시키면 된다. 무엇을 개발할 때 사람에 대한 이해가 기본이 돼야 할 것 같다. 그래야만 올바른 방식의 개발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상세한 수요(실태)조사를 실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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