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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례] “‘빨간 재킷’ 탁구 심판복 너무 멋져 국제심판 도전했죠” 기사를 twitter로 보내기 기사를 facebook으로 보내기 2017.06.23

                                          국제탁구연맹 심판위원장 마영삼 전 대사


 마영삼 국제탁구연맹 심판위원장    
마영삼 국제탁구연맹 심판위원장


“전세계 국가가 회원국인 스포츠 종목은 탁구가 유일합니다. 지구상에서 더 많은 사람이 탁구를 즐길 수 있도록 심판위원장으로서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만 35년을 외교관으로 활동해온 마영삼(60) 유엔훈련연구기구(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 소장이 지난 3일 국제탁구연맹 심판위원장에 선출됐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이다. 국제탁구연맹에 가입된 협회(영국, 중국 등은 중복 가입)는 226개나 된다. 유엔 회원국 193개국보다 훨씬 많다. 그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 이사회의 선정위원회에서 심판위원장으로 정식 임명됐다. 심판위원회는 국제탁구연맹 소속 심판과 레프리(심판장) 활동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마 소장은 국제심판과 레프리 모두를 대표해 국제탁구연맹 관련 각종 회의에 참석하게 된다.

그가 탁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1년 주방글라데시 대사관에 근무할 때다. 그곳에서 열린 국제청소년탁구대회에 참가한 한국인 국제심판의 모습에 매료됐다. “눈에 확 띄는 밝은 파란 재킷을 입고 심판을 보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어요. 그런데 다음날은 빨간 재킷을 입고 활동하는 겁니다. 더 멋졌지요.”

그때부터 국제심판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어서 국제심판이 되는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6년 외국 근무에서 돌아온 뒤 대한탁구협회에 직접 연락해 방법을 알아봤다. 국제심판이 되려면 국내 심판 3, 2, 1급 자격증을 따고 심판 활동 경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2012년 국제심판이 되었으니 꿈이 실현되는 데 21년이 걸렸다. 이어 국제 메이저 대회 심판 활동 자격이 주어지는 상급심판 자격에 도전해 2014년 합격했다. 상급심판은 국제심판으로 2년 이상 활동한 사람 중에 교육을 받은 뒤 필기시험과 4차례에 걸친 실기시험, 인터뷰에 합격해야 한다. 2015년에는 상급심판보다 더 어렵다는 국제레프리 자격까지 획득했다.


3일 뒤셀도르프 이사회에서 위원장 선출
만 35년 외교관 지낸 뒤 작년 퇴직
91년 방글라데시 체류 때 ‘심판 꿈’
5년전 국제심판, 2년전 심판장 자격 따

네팔 등에서 장애인체육프로그램도
“탁구 발전 위해 장기투자해야”


“외국 근무 때 주말에 한국에 ‘국내 심판’ 교육을 받으러 간다고 하니까 집에서 ‘당신 어떻게 된 게 아니냐’고 하더군요. 훗날 덴마크에서 열린 국제심판·레프리 회의에 초청 특강을 하게 돼 아내와 같이 가게 됐어요. 아내한테 ‘이분들 모두 자비를 들여 전세계에서 와서 나흘 동안 교육받고 있는데 나만 미친 게 아니라 전세계의 미친 사람들이 여기 모였다’고 했더니 폭소가 터졌습니다.”

그는 주이스라엘 대사(2008~2011년)와 주덴마크 대사(2014~2016년) 시절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가고 싶어하던 주재국 선수들의 희망을 성사시키는 등 진짜 ‘탁구 외교’를 했다. 이스라엘과 덴마크에서는 현지 탁구클럽에 가입해 운동도 했다. ‘스포츠와 장애인’ 국제워킹그룹 공동의장도 겸하고 있다. 네팔의 6개 지역엔 장애인을 위한 탁구 교실을 열었으며 아프리카 9개국에는 장애인을 위한 배드민턴 교실을, 피지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체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탁구는 모든 스포츠 가운데 최고의 스포츠’라고 단언했다. “좁은 공간에 탁구대 하나만 놓으면 네 사람까지 할 수 있어요. 운동을 한번 배우고 평생 할 수 있는 스포츠가 몇 개나 됩니까? 양로원에도 탁구대가 있어요. 탁구는 순간적인 판단이 필요한 운동이어서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비용도 많이 들지 않고 다이어트 효과도 뛰어나요.”

국제심판이나 레프리들은 자비를 써가며 자원봉사 활동처럼 참여한다. “탁구인들에게는 ‘탁구 디엔에이’가 있어서 한번 빠지면 끝까지 활동할 수밖에 없어요. 고도의 전문지식을 가지고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는 1981년 외무고시에 합격한 뒤 외교부에 들어가 만 35년을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말 정년퇴직한 뒤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있는 유엔훈련연구기구 제주국제연수센터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연수센터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공무원과 엔지오(NGO) 간부들을 초청해서 연간 20회 안팎의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지속가능한 관광 산업에 대한 연수에 초점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 탁구 실력이 중국 다음이었는데 지금은 일본에 꽤 처져 있어요. 우리도 일본처럼 장기계획을 세워 투자해야 합니다. 관중들이 탁구 경기를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시설을 개선하고, 탁구 클럽을 만드는 등의 저변 확대 노력도 해야 합니다.” 지난 11일 끝난 제주 전국생활체전과 지난 4월 인천에서 열린 코리아오픈 탁구대회에서도 레프리로 활동한 마 소장의 한국 탁구를 위한 조언이다.

제주/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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